학생 잡지에서 글로벌 브랜드까지 리처드 브랜슨은 어떻게 버진을 여러 산업으로 확장했나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 『Losing My Virginity』와 『Finding My Virginity』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여러 산업에서 사용되는 Virgin이라는 이름의 출발점은 거대한 기업집단을 만들겠다는 치밀한 계획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은 학교를 떠난 10대 청년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만든 작은 잡지였고, 이후 음반을 우편으로 판매하고 레코드숍을 열면서 조금씩 사업의 형태를 바꿔갔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Virgin이 하나의 산업에서 성공한 뒤 단순히 규모만 키운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음반 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뒤 항공으로 이동했고, 이후 통신과 금융, 피트니스, 여행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시장에도 Virgi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특정 제품군에 강하게 묶이는 경우가 많은데, 브랜슨은 오히려 ‘기존 기업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도전자’라는 이미지를 브랜드 자체의 자산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현재 Virgin Group 역시 하나의 거대한 단일기업이라기보다 여러 사업에 투자하고 Virgin 브랜드를 라이선스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Virgin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은 35개국에서 40개가 넘고, 관련 기업의 종사자는 6만 명 이상입니다.
제가 Virgin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은 항공기를 직접 만드는 기술자도 아니었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엔지니어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이미 존재하는 산업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불편하게 느끼는지를 찾아내고, Virgin이라는 브랜드와 파트너의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드는 방식을 반복했습니다.
학생 잡지는 첫 사업이면서 첫 번째 소비자 연구였습니다
Virgin의 역사를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연도 표기는 조금 다릅니다. Virgin 공식 타임라인은 1967년부터 브랜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하지만, 브랜슨 자신의 회고에서는 학교를 떠난 뒤 1968년 Student 잡지를 창간했다고 기록합니다. 당시 그는 열여섯 살이었고, 기존 학교 잡지나 기성 언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Student는 단순한 교내 잡지가 아니었습니다. 음악과 대중문화뿐 아니라 베트남전과 비아프라 전쟁 같은 사회문제까지 다뤘고, 기존 매체와 다른 젊은 세대의 시각을 내세웠습니다. 잡지를 운영하려면 글만 잘 써서는 안 됐습니다.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고 광고주를 설득해야 했으며, 독자가 어떤 표지와 주제에 반응하는지도 파악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브랜슨의 사업방식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그는 제품을 직접 발명하는 기술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지루해하고, 어떤 방식의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읽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광고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야 했던 경험은 영업을 가르쳐줬고, 젊은 독자를 상대하면서 얻은 감각은 이후 음악 사업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이어졌습니다.
Student 자체가 거대한 수익사업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브랜슨에게는 사업을 직접 운영해보는 첫 실험장이었습니다. 특히 잡지 독자들이 음악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 사업으로 이동하는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잡지 독자에게 음반을 팔면서 Virgin이라는 이름이 시작됐습니다
1970년 브랜슨은 친구인 닉 파월과 함께 Virgin Mail Order라는 우편주문 음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Virgin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Virgin’이라는 이름은 당시 자신들이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참이라는 의미에서 선택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음반을 직접 만들기 전부터 유통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Student 잡지의 지면을 이용해 음반을 광고하고 우편으로 주문을 받아 판매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이 어떤 음악을 찾고 어떤 가격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반 판매가 성장하자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이곳 역시 단순히 음반을 진열한 상점보다는 고객이 음악을 듣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으로 운영됐습니다.
여기서 Virgin 사업의 초기 특징이 나타납니다. 경쟁사와 전혀 다른 상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같은 상품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음반 자체는 다른 레코드숍에서도 판매했지만 가격과 매장의 분위기, 젊은 고객과 대화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런 접근은 훗날 Virgin Atlantic에서도 반복됩니다. 비행기라는 제품을 새롭게 발명할 수는 없지만 탑승 전후의 경험과 서비스 방식은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음반 판매업자가 음반사를 만든 이유
음반 유통이 자리를 잡은 뒤 Virgin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음악을 제작하는 사업으로 이동했습니다. 옥스퍼드 지역의 오래된 저택을 구입해 녹음 스튜디오인 The Manor로 바꾸고, 기존 음반사들이 쉽게 계약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와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Virgin Records의 첫 번째 중요한 승부는 마이크 올드필드의 **『Tubular Bells』**였습니다. 여러 음반사에서 관심을 얻지 못했던 작품이었지만 Virgin은 이를 첫 앨범으로 내놓았고, 이후 영화 『엑소시스트』에 음악이 사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Virgin은 이 앨범이 197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음반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 성공은 브랜슨에게 단순히 많은 음반을 판매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존 대형기업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나 아이디어를 찾아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 Virgin이라는 브랜드와 잘 맞을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Virgin Records는 이후 Sex Pistols, Culture Club 등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이미지가 강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장했고 세계적인 독립 음반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Virgin이라는 이름에도 자연스럽게 젊음과 반항,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미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Virgin 초기 사업의 연결 구조
| 단계 | 주요 사업 | 얻은 자산 | 다음 사업으로 이어진 방식 |
|---|---|---|---|
| Student | 잡지·광고 | 젊은 소비자 이해와 영업 경험 | 음악 소비자의 관심 파악 |
| Virgin Mail Order | 우편주문 음반 |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경험 | 오프라인 음반매장으로 확장 |
| Virgin Records 매장 | 음악 유통 | Virgin 브랜드 인지도 | 음악 제작 사업으로 이동 |
| The Manor | 녹음 스튜디오 | 아티스트와 제작역량 | Virgin Records 설립 |
| Virgin Records | 음반 제작·유통 | 자본과 글로벌 브랜드 | 다른 산업으로 진출할 기반 확보 |
이 흐름을 보면 Virgin은 전혀 관련 없는 사업을 무작위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이전 사업에서 확보한 고객과 브랜드를 다음 사업으로 옮겨가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Virgin Records의 성공이 항공사 창업으로 이어진 것은 단순한 다각화가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 Virgin은 이미 음악산업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기업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영전략이라면 음반과 공연, 미디어처럼 기존 사업과 가까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브랜슨은 전혀 다른 항공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Virgin Atlantic은 1984년 6월 22일 런던 개트윅에서 미국 뉴어크로 첫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Virgin의 설명에 따르면 브랜슨은 기존 항공서비스에 불만을 느끼면서 더 즐거운 비행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고, 처음부터 항공기를 대규모로 구매하기보다 보잉 747 한 대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Virgin의 다각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브랜슨이 항공기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여러 항공사를 이용해본 고객의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봤습니다. 항공사들이 안전과 운항에는 집중하지만 승객이 비행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서비스에는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Virgin Atlantic은 이후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라운지, 서비스 디자인 등을 적극적으로 차별화했습니다. 브랜슨의 회고를 포함한 Virgin 자료에서는 좌석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공항 클럽하우스, 기내 서비스 등 비행 전체의 경험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이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항공 서비스를 친절하게 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음악사업을 통해 형성된 젊고 조금은 반항적인 Virgin의 이미지를 전통적인 항공산업에 옮겼다는 점입니다. 대형 항공사와 항공기 숫자로 정면승부하기보다 사람들이 항공사를 느끼는 방식에서 차이를 만들려 했습니다.
한때 핵심 사업이었던 Virgin Records를 매각했습니다
브랜슨의 사업사를 성공적인 확장만으로 설명하면 중요한 장면 하나가 빠집니다. 1992년 Virgin은 회사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였던 Virgin Records를 Thorn EMI에 매각했습니다.
Virgin 공식 타임라인은 당시 거래금액을 10억 달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자신을 성공시킨 핵심 사업을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특히 Virgin Records는 단순한 투자자산이 아니라 Virgin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려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거래는 Virgin의 사업 중심이 더 이상 음악 한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습니다.
사업을 여러 분야로 확장한다는 것은 무조건 회사를 계속 추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점에는 기존 자산을 매각해 자본을 확보하고, 그 자본과 경영역량을 새로운 분야로 이동시키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Virgin의 역사를 보면 ‘한 번 만든 회사를 영원히 소유한다’는 원칙보다 브랜드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동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점차 강해집니다.
이 특징은 현재 Virgin Group의 구조에서도 확인됩니다. Virgin Group은 스스로를 여러 산업과 지역에 투자하는 글로벌 성장 투자자로 설명하며, 직접 경영하는 회사뿐 아니라 다수·소수지분 투자와 브랜드 라이선싱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신 사업에서는 직접 통신망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Virgin이 여러 산업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Virgin Mobile입니다. 영국에서 Virgin Mobile이 시작된 것은 1999년이었는데, Virgin은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면서 처음부터 전국의 기지국을 직접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브랜슨은 한 인터뷰에서 Virgin Mobile의 경우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할 자원도 없었고 그것이 자신들의 강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통신 인프라를 가진 파트너와 협력하면서 Virgin은 브랜드와 마케팅, 상품구성, 고객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이 방식은 Virgin의 다각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항공기 제조기술이 없어도 항공사를 만들 수 있었고, 이동통신 기지국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통신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부족한 영역은 파트너의 자산을 활용하고, Virgin이 강점을 가진 브랜드·마케팅·고객 경험을 사업에 결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모든 Virgin 기업을 리처드 브랜슨이나 Virgin Group이 100% 직접 소유한 것도 아닙니다. 기업마다 지분구조와 파트너가 다르고, 일부 사업에는 Virgin 이름만 라이선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Virgin 역시 브랜드의 진화 과정에서 파트너십이 여러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중요한 방식이었다고 설명합니다.
Virgin의 다각화 방식
| 방식 | Virgin이 담당하는 부분 | 파트너가 제공할 수 있는 부분 | 장점 |
|---|---|---|---|
| 직접 투자 | 브랜드·자본·경영 참여 | 전문 인력·기술 | 사업 통제력 확보 |
| 합작회사 | 브랜드·마케팅·고객 경험 | 인프라·현지시장 역량 | 초기 투자 부담 분산 |
| 브랜드 라이선스 | Virgin 이름과 브랜드 관리 | 실제 사업 운영 | 자본 투입을 줄이며 시장 확대 |
| 소수지분 투자 | 자본과 브랜드 영향력 | 경영과 사업 운영 | 여러 산업에 분산 투자 가능 |
| 전략적 제휴 | 고객 기반과 브랜드 | 유통·기술·네트워크 | 빠른 시장 진입 |
이 구조를 보면 Virgin을 일반적인 ‘대기업 그룹’과 똑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본사가 항공과 통신, 여행을 모두 직접 운영하는 구조라기보다 Virgin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자본과 운영주체가 연결되는 네트워크에 더 가깝습니다.
Virgin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사업이 됐습니다
Virgin의 다각화 전략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현재 Virgin Enterprises의 사업구조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Virgin Enterprises는 Virgin 브랜드를 관리하고 보호하며 여러 회사에 상표 사용권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2024년 Virgin Enterprises의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의 매출은 약 1억1,050만 파운드였으며, 매출의 핵심은 Virgin 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사들로부터 받는 로열티였습니다. 계약에 따라 라이선스 기업의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거나 최소 보장금액을 설정하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Virgin 사업의 독특한 지점이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잡지와 음반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름 자체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 됐습니다.
물론 아무 기업에나 Virgin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Virgin Enterprises는 라이선스 기업에 브랜드 품질관리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브랜드 평판이 훼손되는 것을 중요한 사업위험으로 관리합니다. Virgin Galactic의 공시에서도 Virgin 상표를 사용하려면 라이선스 계약과 품질관리 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여러 산업으로 확대할수록 장점만큼 위험도 커집니다. 한 Virgin 회사가 심각한 서비스 문제를 일으키면 전혀 다른 산업에서 Virgin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에도 이미지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각화된 브랜드에서는 개별 사업의 실패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 브랜드 자산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자신도 Virgin의 마케팅 자산이었습니다
Virgin의 성장과 브랜슨 개인을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그는 일반적인 기업 회장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언론과 대중 앞에 등장했습니다.
열기구 비행과 대서양 횡단 도전처럼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모험에도 Virgi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신사업을 발표할 때마다 독특한 이벤트를 활용했습니다. 1984년 Virgin Atlantic을 시작한 직후에는 Virgin Atlantic Challenger라는 보트를 이용해 대서양 횡단 기록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첫 시도에서는 보트가 침몰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이듬해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런 활동은 개인적인 모험이면서 동시에 막대한 광고비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신생 브랜드의 홍보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브랜슨은 자신의 성격을 Virgin의 이미지와 강하게 연결했습니다. 기존 대기업에 도전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창업자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Virgin 브랜드의 성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방식은 매우 강력했지만 위험도 있습니다. 브랜드가 창업자 한 사람의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개인의 평판이나 은퇴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브랜슨의 강한 개인 브랜드는 Virgin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지만, 장기적인 기업 운영에서는 창업자의 이미지와 독립적으로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필요합니다.
다각화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Virgin의 역사를 성공한 사업만 중심으로 보면 마치 이름만 붙이면 어떤 산업에서도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사업이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시작한 Virgin Cola입니다. Coca-Cola와 Pepsi가 지배하던 탄산음료 시장에 Virgin 브랜드를 들고 들어갔지만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Virgin Brides, Virgin Cars, Virgin Energy 등 역시 계속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브랜슨도 『Finding My Virginity』에서 여러 사업이 사라졌음을 직접 언급합니다.
Virgin Cola 실패는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브랜슨은 이후 인터뷰에서 이 경험을 통해 대기업에 도전하려면 단순히 브랜드 이름이 강한 것으로는 부족하며, 기존 제품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콜라는 Virgin 이름을 붙였지만 기존 콜라와 소비자가 느낄 만큼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은 ‘Virgin 브랜드는 어떤 산업에도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에 중요한 제한조건을 붙입니다.
Virgin Atlantic에서는 기존 항공사와 다른 서비스 경험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Virgin Mobile에서도 복잡한 통신 서비스를 더 단순하고 소비자 친화적으로 구성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의 차이를 만들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유명한 브랜드 이름만으로 기존 강자를 이기기 어려웠습니다.
브랜드 확장은 브랜드를 붙이는 행위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서 제공할 차별점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했습니다.
Virgin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보면
| 시기 | 주요 변화 | 사업적으로 중요한 의미 |
|---|---|---|
| 1967~1968년 | Student 기획·창간 | 젊은 소비자와 광고시장 경험 |
| 1970년 | Virgin Mail Order 시작 | 음반 직접판매와 Virgin 브랜드 출발 |
| 1970년대 초 | Virgin 레코드숍·스튜디오 | 음악 유통에서 제작으로 확장 |
| 1973년 | 『Tubular Bells』 발매 | Virgin Records의 성장 기반 형성 |
| 1984년 | Virgin Atlantic 출범 | 음악 밖의 산업으로 본격 다각화 |
| 1992년 | Virgin Records를 Thorn EMI에 매각 | 자산 포트폴리오의 큰 전환 |
| 1994년 | Virgin Cola 출시 | 브랜드 확장의 가능성과 한계 경험 |
| 1999년 | Virgin Mobile 출범 | 파트너 인프라를 활용한 통신 진출 |
| 2000년대 이후 | 금융·여행·피트니스 등 확대 | Virgin 브랜드의 글로벌 다각화 |
| 현재 | 투자·브랜드 라이선싱 병행 | 브랜드 자체가 수익을 만드는 자산으로 발전 |
이 연혁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의 종류가 계속 달라졌다는 사실보다 Virgin이라는 이름의 역할이 점차 커졌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회사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때 소비자의 관심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변했습니다.
모든 회사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 방식이 다각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의 기업을 살펴볼 때 흔히 ‘400개의 회사를 만든 사업가’와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런 숫자만으로 Virgin의 구조를 이해하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모든 사업을 브랜슨이 직접 경영하고 자본을 전부 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Virgin Group의 공식 설명에서도 회사의 핵심 활동은 여러 산업에 대한 투자관리이며, Virgin Enterprises는 별도로 브랜드 라이선싱을 담당합니다. 사업에 따라 Virgin Group이 대주주일 수도 있고 소수지분만 보유할 수도 있으며, Virgin 상표만 사용하는 라이선스 사업도 존재합니다.
이 구조는 브랜슨이 항공과 통신, 금융처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산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공항과 항공기를 직접 소유하고 모든 이동통신 기지국을 건설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Virgin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영역과 파트너가 잘하는 영역을 나눴습니다. Virgin은 브랜드와 마케팅,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전문 파트너는 기술과 인프라, 규제 대응이나 현지 운영을 담당하는 형태입니다.
제가 Virgin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다각화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핵심 자산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 자산을 다른 사업자와 결합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Virgin의 가장 강력한 제품은 어쩌면 브랜드 자체였습니다
Student 시절 브랜슨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독자였습니다. 음반 사업에서는 음악과 유통망이 중요했고, Virgin Records에서는 아티스트와 제작역량이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항공과 통신으로 사업이 넓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항공기와 통신망처럼 Virgin이 직접 개발하지 않은 자산을 사용하는 사업에서도 소비자는 Virgin이라는 이름을 보고 일정한 이미지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젊고, 기존 대기업보다 덜 딱딱하며, 고객의 불편을 개선하려는 브랜드라는 기대였습니다.
이 기대가 충분히 강해지면서 Virgin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완전히 무명인 회사와는 다른 출발선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Virgin의 다각화를 단순히 ‘사업을 많이 벌인 사례’라고 보기보다 하나의 브랜드에 축적된 신뢰와 성격을 다른 시장으로 이전한 사례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현재 Virgin Enterprises가 브랜드 사용료 자체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마케팅 표현이 아니라 실제 사업모델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Virgin Enterprises의 매출 1억1,050만 파운드가 주로 라이선스 기업에서 받는 로열티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Virgin’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제가 리처드 브랜슨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
처음에는 Virgin의 성공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사업에 계속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하면 브랜슨의 사업방식에서 실제로 참고할 만한 부분이 지나치게 단순해집니다.
아무 시장에나 들어간다고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Virgin Cola처럼 규모가 큰 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했지만 뚜렷한 차별화를 만들지 못해 사라진 사업도 있었고, Virgin Brides와 Virgin Cars처럼 오래 유지되지 못한 브랜드도 적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성공한 사업을 보면 일정한 공통점이 보입니다.
Virgin Records에서는 기존 음반사가 선택하지 않았던 음악을 다뤘고, Virgin Atlantic에서는 승객의 여행 경험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Virgin Mobile에서는 거대한 통신망을 직접 만드는 대신 파트너의 인프라에 Virgin의 브랜드와 고객 경험을 결합했습니다.
따라서 브랜슨의 다각화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낯선 산업에도 용감하게 진출한다’는 태도보다 기존 기업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차이를 Virgin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브랜슨 자신도 Virgin Cola 실패 이후, 거대한 경쟁자에게 도전하려면 단순히 비슷한 상품을 조금 싸게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소비자가 확실하게 느낄 정도로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훈은 Virgin의 성공담보다 오히려 실패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참고할 만한 Virgin의 방식
Virgin 사례에서 가장 먼저 참고할 만한 부분은 브랜드를 상품명 이상의 의미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상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것과 소비자가 브랜드에 일정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Virgin은 음악과 항공, 통신처럼 서로 다른 상품을 판매했지만 ‘기존 업체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상품 카테고리가 늘어날수록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중요해집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상품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전혀 관련 없는 제품을 계속 추가하면 소비자는 왜 이 브랜드에서 사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품군이 달라도 가격, 디자인, 편의성, 서비스처럼 일관된 구매 이유를 만들 수 있다면 브랜드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방식도 참고할 만합니다. Virgin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모든 기술과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제조와 물류, 결제, 광고, 고객서비스를 모두 직접 보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반드시 직접 가져가야 하는 핵심역량과 외부 파트너를 활용해도 되는 영역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Virgin의 실패 사례가 주는 의미도 큽니다.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서 어떤 상품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카테고리에 들어갈 때 기존 제품보다 왜 더 나은지 소비자가 한 문장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마치며
리처드 브랜슨의 이야기를 **“학생 잡지를 만들던 청년이 끊임없이 도전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됐다”**는 성공담으로만 정리하면 흥미롭기는 하지만 Virgin의 실제 사업구조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사라집니다.
1960년대 후반 Student 잡지를 만들던 브랜슨은 젊은 독자와 광고주를 직접 만나며 소비자의 관심과 영업을 경험했습니다. 독자들의 음악 수요를 발견하면서 1970년 Virgin Mail Order를 시작했고, 음반매장과 녹음 스튜디오를 거쳐 Virgin Records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Tubular Bells』가 성공하면서 Virgin은 음악산업에서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브랜슨은 음악이라는 한 산업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1984년 Virgin Atlantic을 시작하면서 Virgin의 이미지를 항공서비스로 옮겼고, 1999년 Virgin Mobile에서는 파트너의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브랜드와 고객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모든 사업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보다 투자와 합작, 라이선싱을 활용하면서 Virgin이라는 이름을 여러 시장으로 확대했습니다.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Virgin Cola를 비롯한 여러 사업이 사라졌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유명한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시장의 강자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Virgin이 제공할 수 있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때 브랜드 확장이 가장 강하게 작동했습니다.
오늘날 Virgin Group은 여행과 레저, 통신·미디어, 금융서비스, 건강 등 여러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Virgin Enterprises는 Virgin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관리하고 라이선스하는 사업을 운영합니다.
그래서 제가 리처드 브랜슨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는 것은 수많은 회사를 만든 숫자가 아닙니다.
Student라는 작은 잡지의 이름도 없던 사업에서 시작해, ‘Virgin이라면 기존 기업과 조금 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 자체를 하나의 기업 자산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음반은 사라질 수 있고 항공기와 통신망은 파트너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지분구조 역시 사업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산업을 관통해 소비자가 기억하는 이름과 경험이 남는다면 브랜드는 개별 상품보다 긴 수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리처드 브랜슨과 Virgin의 이야기는 다각화의 핵심이 무작정 여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자산이 실제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것. Virgin을 글로벌 다각화 브랜드로 성장시킨 핵심은 어쩌면 바로 이 원칙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 Richard Branson, 『Losing My Virginity』
- Richard Branson, 『Finding My Virginity』
- Virgin Group, 공식 회사 연혁 및 Richard Branson 자료
- Virgin Group, Student Magazine 관련 기록
- Virgin Records, 공식 역사 자료
- Virgin Atlantic, 창업 및 서비스 역사 자료
- Virgin Enterprises Limited, 2024 Financial Statements
- Freakonomics, Richard Branson 인터뷰
- Richard Branson의 Virgin Cola 및 브랜드 확장 관련 공개 인터뷰
※ 이 글은 Richard Branson의 자서전과 Virgin Group의 공식 자료, Virgin Enterprises의 재무자료 및 공개 인터뷰를 바탕으로 Virgin의 성장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Virgin을 하나의 본사가 모든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전통적인 기업집단으로 설명하지 않고, 투자·합작·파트너십·브랜드 라이선싱이 결합된 현재의 사업구조까지 반영했습니다. 또한 Virgin Cola 등 실패한 사업을 함께 다뤄 브랜드 확장이 항상 성공했던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구성했습니다.
celeb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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