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셀럽파일럿 셀럽파일럿

모리스 창은 어떻게 TSMC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만들었나

celebpilot 읽는 시간 약 24분
ai thumbnail poster TSMC 의 모리스 창 1791272324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서버, 자동차와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반도체를 설계한 기업과 실제로 생산한 기업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AI 가속기처럼 복잡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 가운데 상당수는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전문 생산기업에 제조를 맡깁니다.

오늘날 이런 사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입니다.

TSMC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반도체 브랜드를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자체 스마트폰도 없고 그래픽카드나 CPU를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해주는 **파운드리(Foundry)**에 집중합니다.

2025년 TSMC는 534개 고객을 위해 305개의 서로 다른 공정기술을 사용해 1만2,682종의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회사가 관리하는 생산능력은 연간 1,700만 장이 넘는 12인치 웨이퍼 환산 규모에 도달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시장 지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5%**에 달했습니다. 2위 삼성 파운드리의 5.9%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입니다.

그런데 1987년 모리스 창이 TSMC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반도체 생산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회사’라는 사업모델은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시 업계에서는 독립적인 파운드리 시장 자체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TSMC의 시작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리스 창은 이미 성장하고 있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을 설계와 제조로 분리하는 새로운 구조를 사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리스 창은 창업 전에 이미 30년 가까이 반도체 산업을 경험했습니다

모리스 창(張忠謀, Morris Chang)은 1931년 중국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MIT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반도체 산업에 들어갔고, 195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입사했습니다. TI의 지원을 받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이후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역할을 넓혀갔습니다.

TI에서 보낸 시간은 무려 25년에 달합니다.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 사업을 담당한 뒤 1970년대에는 당시 세계 최대 수준이던 TI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그룹 부사장까지 올라갔습니다. 1983년 TI를 떠난 이후에는 General Instrument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거쳤습니다.

이 경력은 훗날 TSMC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모리스 창은 대학 연구실에서 반도체 산업을 바라본 사람이 아니라 반도체를 실제로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대기업의 내부를 수십 년간 경험한 경영자였습니다. 기술 개발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이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설계 능력이 있어도 공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특히 당시 반도체 산업에서는 지금과 다른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반도체를 설계한 회사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1980년대까지 반도체 업계의 중심은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었습니다.

인텔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처럼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고,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완성된 반도체를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한 회사가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설계와 생산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데 막대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모리스 창은 TI와 General Instrument에서 일하면서 뛰어난 반도체 설계자들이 독립해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해도 공장을 건설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회고했습니다. 반도체 회로를 설계할 능력은 있지만 웨이퍼 공장을 세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하나의 사업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반도체 회사가 반드시 자기 공장을 가져야 할까?”

설계회사는 설계에 집중하고 다른 회사가 생산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면 반도체 회사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NVIDIA, AMD, Qualcomm을 비롯한 수많은 팹리스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아직 산업의 표준이 아니었습니다.

모리스 창은 바로 이 틈을 사업모델로 만들었습니다.

대만으로 간 모리스 창이 선택한 것은 반도체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1985년 모리스 창은 대만의 산업기술연구원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를 이끌기 위해 대만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 했고 모리스 창에게 새로운 반도체 회사의 사업계획을 구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대만이 미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설계와 지식재산,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제조에서는 잠재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모리스 창은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대만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강점이 웨이퍼 제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반도체 설계를 자체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순수 파운드리라면 대만의 약점을 피하면서 제조 역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온 결론이 Pure Play Foundry, 즉 순수 파운드리였습니다.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습니다.

자기 브랜드의 칩을 판매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잘 만들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오늘날에는 매우 명확한 사업모델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누가 고객이 될 것인가였습니다.

TSMC를 시작할 당시에는 파운드리 시장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모리스 창 자신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했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회고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 팹리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확신했다기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을 기대했다고 말한 점입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가 매우 적었습니다. 자체 공장을 가진 대기업들이 생산능력이 부족할 때 외부 업체에 일부 물량을 맡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공장이 다시 여유로워지면 주문을 회수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모리스 창에게는 다른 산업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공장이 없어 회사를 만들지 못하던 설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기업이 생기면, 굳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설계자는 설계와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제조는 TSMC에 맡길 수 있습니다.

TSMC가 성장하면 팹리스 기업이 늘어날 수 있고, 팹리스 기업이 늘어나면 다시 TSMC의 고객이 증가합니다.

즉 모리스 창이 만든 사업에는 처음부터 강력한 순환구조가 들어 있었습니다.

전문 파운드리 성장 → 반도체 창업비용 감소 → 팹리스 증가 → 파운드리 고객 증가 → 파운드리 투자 확대

TSMC는 단순히 새로운 반도체 기업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반도체 회사가 태어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를 만든 셈입니다.

1987년 TSMC가 출범했지만 모리스 창 혼자 만든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TSMC는 1987년 2월 대만 신주에서 설립됐습니다.

모리스 창이 사업모델을 제시했지만 자금과 기술 기반에는 대만 정부와 민간 투자자, 네덜란드의 Philips가 참여했습니다. TSMC의 초기 연차보고서에서도 대만 정부와 Philips, 민간 투자자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TSMC의 성공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됩니다.

TSMC가 오늘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 된 것을 모리스 창 한 사람의 천재적인 판단만으로 설명하면 실제 역사와 거리가 있습니다. 대만 정부의 산업정책과 ITRI를 중심으로 축적된 인력, Philips의 투자와 기술협력, 이후 합류한 엔지니어와 글로벌 고객이 함께 작동했습니다.

모리스 창의 역할은 이 자원들을 기존 반도체 회사와 다른 명확한 사업모델로 조직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초기부터 순탄했던 것도 아닙니다. 모리스 창의 회고에 따르면 TSMC는 1987년과 1990년에 손실을 기록했고, 창업 초기 몇 년 동안은 대형 반도체 회사에서 넘어오는 일부 생산물량에 상당 부분 의존했습니다. 본격적인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은 1991~1992년 무렵 팹리스 업체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부터였습니다.

사업모델은 앞서 있었지만 시장이 그 모델을 따라오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TSMC가 바꾼 것은 반도체의 생산방식보다 이해관계였습니다

TSMC의 파운드리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만 고르라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가진 기존 IDM 기업에 다른 회사가 생산을 맡기는 데에는 근본적인 불안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제품을 생산해주는 회사가 동시에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SMC는 이 문제를 사업구조 자체에서 없앴습니다.

자체 브랜드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고객이 설계한 제품의 생산에 집중했습니다. TSMC는 현재도 연차보고서에서 자체 반도체 제품을 설계·제조·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회사의 핵심 기반으로 설명합니다.

이 원칙은 단순한 기업 슬로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는 기업의 핵심 지식재산입니다. 신제품 출시 일정과 생산량, 차세대 기술 계획 역시 경쟁사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입니다. 이런 제품을 생산 파트너에게 맡기려면 가격만 저렴해서는 부족합니다.

**“이 회사가 우리의 경쟁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TSMC는 제조기술뿐 아니라 이 중립성을 상품으로 판매했습니다.

반도체 생산에서 ‘고객 신뢰’가 기술력과 같은 수준의 경쟁력이 된 이유입니다.

고객 중심 전략은 제조를 서비스 산업처럼 바꿨습니다

모리스 창은 생산시설만 잘 운영한다고 해서 파운드리 사업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칩 생산을 외부 회사에 맡기는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장을 잃는 것과 비슷한 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산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량은 언제 나오는지,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TSMC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고객 서비스를 제조 경쟁력의 일부로 끌어들였습니다.

1996년에는 Virtual Fab이라는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고객이 직접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마치 자신의 생산시설을 사용하는 것처럼 생산 진행상황과 출하계획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TSMC가 제공하는 제품은 단순히 완성된 웨이퍼가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자기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가시성과 통제 경험을 제공하려 했습니다.

현재 이 철학은 더욱 확장됐습니다. TSMC는 고객의 초기 연구개발 단계부터 기술 요구를 파악하고, 설계 지원과 마스크 제작, 웨이퍼 생산,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연결합니다.

그래서 TSMC를 단순한 반도체 ‘하청 공장’이라고 표현하면 사업의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TSMC는 고객이 더 좋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빠르게 양산할 수 있도록 제조 인프라 전체를 제공하는 기업에 가깝습니다.

고객을 모으려면 결국 최고의 공정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만으로 세계 1위가 될 수는 없습니다.

파운드리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결국 자신이 설계한 반도체를 원하는 성능과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입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생산 난도는 급격히 높아집니다. 회로를 더 작게 만들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배치할 수 있고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할 가능성이 생기지만, 생산공정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여기에서 TSMC는 막대한 자본을 다시 연구개발과 생산능력에 투자하는 전략을 이어갔습니다.

기술력이 높아지면 더 중요한 고객이 TSMC를 찾습니다. 대규모 주문이 들어오면 첨단 공정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다시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기술 투자 → 첨단 고객 확보 → 생산량 증가 → 투자 여력 확대 → 다음 세대 공정 개발

이라는 순환구조입니다.

2025년에는 7나노미터 이하 첨단공정이 TSMC 전체 웨이퍼 매출의 **74%**를 차지했습니다. 2026년 2분기에는 상업생산에 들어간 2나노 공정이 이미 전체 웨이퍼 매출의 3%를 차지했고, 3나노가 30%, 5나노가 33%를 기록했습니다.

모리스 창이 만든 파운드리 모델이 단순히 생산비를 낮추는 사업으로 머물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사업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TSMC의 경쟁력도 강해졌습니다

반도체 제조에서는 규모가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최첨단 생산시설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고객이 적은 파운드리는 이런 투자를 계속하기 어렵지만 많은 고객이 같은 공정을 사용한다면 투자비를 더 많은 제품에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TSMC의 순수 파운드리 모델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특정 제품 하나의 성공 여부에 회사 전체를 걸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팅, 자동차, IoT 등 다양한 시장의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면 특정 제품군의 경기변동을 어느 정도 분산할 수 있습니다.

TSMC는 1988년 북미 법인을 세웠고 1989년에는 유럽에 고객 지원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1994년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1997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ADR을 상장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연결도 확대했습니다.

생산능력이 커지고 고객이 늘어나자 다시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규모는 후발주자에게 매우 높은 진입장벽이 됐습니다. 최첨단 파운드리를 새로 시작하려면 공장 하나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공정기술과 수율, 고객지원, 설계 생태계, 패키징, 글로벌 공급망, 대규모 고객과 신뢰관계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리스 창의 가장 중요한 선택은 자신의 반도체를 만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사업영역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제조능력이 있다면 자체 제품도 만들고 싶고, 설계기술이 있다면 완제품까지 확장하고 싶어집니다.

모리스 창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TSMC가 직접 반도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이 생긴 뒤에도 고객의 제품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포기한 사업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선택이 TSMC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됐습니다.

세계 여러 반도체 설계기업이 같은 TSMC 공장을 이용하더라도 TSMC 자체가 경쟁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경쟁하는 팹리스 업체들조차 같은 제조사에 핵심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TSMC는 이 철학을 지금도 Customer Trust라는 핵심가치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도 순수 파운드리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회사 성공의 기반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리스 창은 반도체를 잘 만드는 회사 이전에 고객이 안심하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제품을 맡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TSMC의 성공을 만든 다섯 가지 구조

TSMC의 성장과정을 단순히 ‘기술력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기술력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여러 경영전략이 만들어낸 경쟁력입니다.

핵심 요소TSMC가 만든 차이
파운드리 모델설계와 제조를 분리해 팹리스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춤
고객과 비경쟁자체 칩을 만들지 않아 고객의 이해관계와 충돌하지 않음
고객 중심 생산Virtual Fab과 설계지원으로 외부 공장을 사실상 고객의 생산시설처럼 연결
제조기술 집중자본과 연구개발 역량을 공정기술과 생산능력에 집중
규모의 재투자고객 증가로 만들어진 현금을 다시 첨단공정과 생산시설에 투자

이 다섯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TSMC의 현재 위치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리스 창이 찾은 것은 기술 하나가 아니라 각 요소가 서로를 강화하는 사업구조였습니다.

좋은 공정이 고객을 데려오고, 고객이 많아지면 공장 가동과 투자 효율이 좋아집니다. 그 자금으로 다음 세대 기술을 개발하면 더 중요한 고객이 들어옵니다. 여기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장기계약과 기술협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번 이 순환이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후발기업이 기술 하나만 따라잡아서는 쉽게 경쟁하기 어려워집니다.

다만 TSMC의 성공을 모리스 창 한 사람의 선견지명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뒤에서 바라보면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TSMC의 초기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리스 창은 팹리스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기보다 성장하기를 기대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초기에는 안정적인 고객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기존 대형 반도체 기업이 남는 물량을 맡기는 사업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기술력과 신뢰를 증명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대만 정부의 장기간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과 ITRI의 기술·인력 기반, Philips의 투자와 협력도 중요했습니다. 이후 팹리스 산업이 실제로 성장하면서 TSMC가 준비했던 생산 인프라와 시장의 방향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따라서 TSMC의 성공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한다면 모리스 창의 사업모델 혁신 + 대만의 제조 생태계 + 장기간의 자본 투자 + 팹리스 산업의 성장이 결합된 결과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오히려 모리스 창의 경영능력을 더 잘 보여줍니다.

그가 한 일은 미래를 완벽하게 예언한 것이 아니라, 당시 대만이 가지고 있던 자원과 약점을 냉정하게 판단한 뒤 시장 구조가 변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리스 창이 떠난 뒤에도 사업모델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모리스 창은 TSMC를 설립한 뒤 오랫동안 회장과 CEO로 회사를 이끌었고 2018년 6월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습니다. TSMC는 당시 그가 31년 넘게 회사를 이끈 뒤 은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창업자는 떠났지만 그가 만든 사업원칙은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2025년 TSMC의 연간 매출은 1,224억2,000만 달러, 순이익은 55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35.9%, 순이익은 51.2%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50.8%에 달했습니다.

2026년 2분기에는 분기 매출만 402억 달러를 기록했고, 매출총이익률은 67.7%, 영업이익률은 60.3%였습니다. AI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2나노 공정에서도 처음으로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TrendForce 기준 같은 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5%까지 높아졌습니다.

1987년에는 시장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받던 사업모델이 약 40년 뒤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가 된 것입니다.

모리스 창에게서 볼 수 있는 경영의 핵심은 무엇일까

TSMC의 역사를 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라’와 조금 다른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리스 창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가장 어려운 부분을 대신 맡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사의 사업영역을 무작정 넓히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했습니다.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는다.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제조기술과 생산능력, 품질과 납기, 고객서비스에는 막대한 자원을 투자한다.

이 선택은 TSMC의 기업 정체성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그 단순함이 수많은 고객과 장기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사업전략에서 차별화는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경쟁자가 모두 하려고 하는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도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TSMC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치며

모리스 창이 TSMC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만든 출발점은 새로운 반도체를 발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면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뛰어난 설계자에게 아이디어가 있어도 생산공장을 지을 수 없다면 반도체 회사를 만들기 어려웠고, 기존 대기업에 제조를 맡기면 잠재적인 경쟁자에게 핵심 제품을 의존해야 했습니다.

모리스 창은 이 두 문제 사이에 새로운 기업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TSMC는 자체 반도체 제품을 포기하는 대신 고객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신뢰를 확보했고, 공정기술과 생산능력에 끊임없이 투자했으며, Virtual Fab 같은 시스템을 통해 외부 제조시설을 고객 자신의 공장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설계와 제조가 분리되기 시작했고, 막대한 공장투자 없이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확대됐습니다.

물론 TSMC의 성공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대만 정부의 장기적인 산업정책과 ITRI의 기술 기반, Philips를 비롯한 초기 파트너, 수많은 엔지니어와 고객, 그리고 팹리스 시장의 성장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리스 창의 역할이 특별한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사업모델을 선택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자신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던 시대에 그는 다른 회사의 반도체만 생산하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시장이 있을지조차 불확실했던 선택이었지만, 그 결정은 이후 반도체 산업을 설계기업과 제조기업으로 분업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TSMC의 경쟁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고객보다 좋은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가장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회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리스 창이 만든 가장 강력한 제품은 특정 반도체 칩이 아니라 어쩌면 파운드리라는 사업모델 그 자체였는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2025 Annual Report

TSMC Investor Relations, Company Profile 및 Dedicated IC Foundry 자료

TSMC, 1996·1997 Annual Reports 및 Virtual Fab 관련 자료

TSMC, Morris Chang Retirement Announcement

SEMI, Oral History Interview with Morris Chang

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Engineering, Morris Chang Biography

TSMC 2026 Second Quarter Results

TrendForce, Global Foundry Market Analysis 2026 Q2

※ TSMC의 성장을 모리스 창 개인의 성과만으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 대만 정부와 ITRI, Philips의 역할 및 팹리스 산업 성장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시장점유율은 TSMC 자체 발표가 아니라 TrendForce의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기준이며, 재무수치는 TSMC 공식 연차보고서와 분기 실적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celebpilot

celebpilot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