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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샘플에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까지 — 에스티 로더는 어떻게 브랜드를 키웠나

celebpilot 읽는 시간 약 27분

에스티 로더의 자서전 『Estée: A Success Story』와 전기 『Estée Lauder: Beyond the Magic』, 그리고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의 성장 과정을 다룬 여러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이 브랜드의 시작은 화려한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고객 한 사람에게 직접 크림을 발라주고 설득하던 현장 감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사업에서 배운 판매 감각과 화장품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샘플 마케팅, 백화점 유통 확장,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졌고, 에스티 로더가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했는지 차분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들어가며

에스티 로더의 성공을 살펴보면, 화장품 사업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먼저 보입니다.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지만, 동시에 자신감과 기분, 이미지, 신뢰를 함께 파는 상품입니다. 에스티 로더는 이 점을 누구보다 일찍 이해했습니다.

그녀는 고객이 제품 설명만 듣고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직접 발라보고, 향을 맡아보고, 거울 속 변화를 확인하고, 판매자의 확신 어린 태도를 느낄 때 비로소 구매가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에스티 로더의 판매 방식은 차가운 진열대 앞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고 제품을 경험하게 만드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그녀가 광고비가 충분하지 않던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거대한 마케팅 예산 대신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샘플을 활용했고, 고객 한 명이 또 다른 고객에게 이야기하게 만드는 입소문을 믿었습니다. “직접 써보면 알게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습니다.

에스티 로더가 만든 브랜드는 고급스러웠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백화점이라는 프리미엄 공간에 들어가면서도, 고객에게는 샘플과 상담을 통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 균형이 에스티 로더를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힘이 되었습니다.

가족 사업 경험에스티 로더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처음부터 거대한 화장품 회사를 만들겠다는 계획보다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발라주고 반응을 확인하는 판매 경험에서 사업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에는 무료 샘플이나 뷰티 컨설팅이 화장품 매장에서 너무나 익숙하지만, 에스티 로더는 이런 방식을 자신의 핵심 판매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제품을 단순히 진열해 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효과를 경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화장품 업계에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제품 자체보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식과 이유를 바꿨다는 점입니다. 1953년 선보인 Youth-Dew는 목욕 오일이면서 향수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당시 향수를 남성에게 선물받는 특별한 물건으로 생각하던 여성들이 스스로 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는 Youth-Dew의 성공이 작은 신생기업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에스티 로더의 성장 과정에서 특히 흥미롭게 보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좋은 크림을 만든 창업자가 아니라 제품을 어떻게 체험하게 하고, 어떤 공간에서 판매하며, 소비자가 왜 자신의 돈으로 화장품을 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마케터에 가까웠습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의 시작이 거대한 연구소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미용실에서 한 명씩 고객의 얼굴에 크림을 발라주던 경험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이 기업의 성장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화학자인 삼촌의 크림에서 사업의 씨앗을 발견하다

에스티 로더의 본명은 조세핀 에스터 멘처(Josephine Esther Mentzer)입니다. 1908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이민자 가정의 딸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함께 살게 된 화학자 삼촌을 통해 화장품 제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화장품 제조 기술을 익혔다는 사실만은 아닙니다. 에스티 로더는 제품을 만들어 병에 담는 것보다 고객에게 직접 사용해보게 하고 차이를 설명하는 판매 방식을 일찍부터 익혔습니다. 이후 미용실에서 여성들이 헤어드라이어 아래 앉아 있는 동안 피부에 크림을 발라주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경험은 훗날 에스티 로더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구축한 상담 중심 판매 방식의 원형이 됐습니다.

화장품은 일반 공산품과 조금 다릅니다. 소비자가 성분표만 보고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고, 색조 제품은 자신의 피부에 직접 발라보기 전까지 어울리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이런 상품의 특성을 일찍 이해했고, 설명보다 직접 체험시키는 것이 가장 강력한 판매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늘날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이 손등에 제품을 발라주거나 피부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샘플을 제공하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에스티 로더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이러한 판매 방식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일찍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46년, 네 가지 제품으로 회사를 시작하다

에스티 로더와 남편 조지프 로더는 1946년 공식적으로 Estée Lauder Cosmetics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에스티는 제품 개발과 판매를 담당했고, 남편 조지프는 재무와 운영을 맡았습니다. 회사가 처음 판매한 제품은 불과 몇 종류에 불과했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눈 방식은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에스티가 고객과 상품을 담당했다면 조지프는 사업이 실제 회사로 운영될 수 있도록 뒤에서 재무와 생산을 관리했습니다. 창업자가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강한 영역에 집중하고 다른 역할을 가족 구성원과 나눴다는 점도 회사의 초기 성장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회사가 설립된 다음 해인 1947년에는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뉴욕의 고급 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에서 800달러 규모의 첫 대형 주문을 받은 것입니다. 스미스소니언에 따르면 이 주문 물량은 이틀 만에 판매됐습니다. 당시 작은 화장품 업체였던 에스티 로더에게 고급 백화점 입점은 단순한 매출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처음부터 아무 매장에서나 제품을 많이 판매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어디에서 판매할 것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화장품의 가치는 내용물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매장에서 만나고, 어떤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어떤 포장으로 제품을 받는지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에스티 로더는 제품을 고급 백화점이라는 공간 안에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어갔습니다.

즉 처음부터 값싼 대량판매보다 브랜드가 어떤 위치에서 소비자를 만날 것인가를 선택한 것입니다.

광고비가 부족하자 고객의 손에 제품을 직접 쥐여줬습니다

초기 에스티 로더는 대형 화장품 회사처럼 막대한 광고비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고객에게 화장품을 써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는 창업자의 판매 철학 가운데 하나로 입소문의 힘을 강조합니다. 에스티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했고, 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샘플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이후 화장품 업계에서 익숙해진 ‘Gift With Purchase’, 즉 제품을 구입하면 추가 샘플이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이 전략이 영리했던 이유는 화장품의 특성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크림이나 향수는 광고 문구만으로 소비자가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작은 양이라도 직접 사용해보면 향과 질감, 사용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든 고객은 다시 매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고 주변 사람에게도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온라인 마케팅 용어로 표현하면 체험 → 만족 → 재구매 →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셈입니다.

에스티 로더가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표현도 이런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회사는 그녀가 입소문을 강조하며 ‘Telephone, Telegraph, Tell a Woma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경험한 한 명의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제가 이 전략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광고비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다른 판매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자본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가 기존 대기업과 똑같이 광고비 경쟁을 벌였다면 이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에스티 로더는 대신 고객 한 명의 경험을 광고 매체로 활용했습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는 것보다 실제 고객이 상품을 경험하고 후기와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설명하는 직원까지 브랜드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제품만 관리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제품을 판매하는지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면 직접 현장을 찾아 판매 직원에게 제품 설명과 판매 방식을 교육했고, 매장 진열 방식까지 확인했습니다.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며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에스티 로더를 일종의 ‘1인 소비자 조사 부서’처럼 움직였던 창업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오늘날로 보면 고객 경험 관리에 가깝습니다.

브랜드가 아무리 고급스러운 광고를 해도 실제 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소비자에게 불편한 경험을 제공하면 브랜드 이미지는 쉽게 무너집니다. 반대로 제품 설명과 상담, 포장, 진열까지 일관된 느낌을 주면 소비자는 그것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에스티 로더는 심지어 제품 용기의 색상까지 세심하게 관리했습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옅은 청록색 계열의 용기를 선택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욕실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작은 결정에서도 그녀가 화장품을 단순한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공간 안에 놓이는 브랜드 상품으로 바라봤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Youth-Dew는 향수보다 소비 습관을 바꾼 제품이었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는 1953년 출시된 Youth-Dew입니다.

당시 미국에서 향수는 지금과 소비 방식이 달랐습니다. 많은 여성에게 고급 향수는 일상적으로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는 화장품이라기보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남성에게 선물받는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 구조는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여성이 향수를 좋아해도 스스로 자주 구매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규모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이 소비 습관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1953년 내놓은 Youth-Dew를 일반적인 향수 대신 목욕 오일이면서 피부에 향을 남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 것입니다. 목욕용 화장품이라면 여성이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는 데 심리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동시에 향수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공식 회사 연혁은 Youth-Dew가 큰 성공을 거두며 신생 기업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에스티 로더의 여러 사업 전략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이 바로 Youth-Dew입니다. 단순히 좋은 향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 자체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향수를 사고 싶어도 ‘향수는 선물받는 것’이라는 문화가 구매를 방해한다면, 제품을 더 많이 광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상품의 형태와 사용 목적을 바꾸면서 그 장벽을 우회했습니다.

이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원하지 않는 것과, 원하지만 구매할 이유나 방식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Youth-Dew는 후자를 정확하게 공략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화장품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소비’를 팔았습니다

Youth-Dew의 전략을 조금 더 깊게 보면 에스티 로더가 당시 여성 소비자의 변화를 상당히 빠르게 읽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전후 미국에서는 여성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었고, 여성들이 자신의 취향과 아름다움을 위해 직접 돈을 지출하는 문화도 점차 커지고 있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화장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구매할 수 있는 일상의 소비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후 프레스티지 화장품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립니다. 소비자가 피부 관리와 향수, 색조 제품을 각각 독립된 카테고리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종류도 다양해질 수 있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이 흐름을 일찍 이해했고, 하나의 히트상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의 제품군을 계속 확장했습니다.

1960년 런던 진출, 고급 백화점을 따라 세계로 나가다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에스티 로더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공식 연혁에 따르면 회사는 1960년 영국 런던의 해러즈(Harrods) 백화점에 첫 해외 판매처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1960년대에 미주 지역과 다른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과 벨기에에 제조시설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초기 미국 전략과 비슷한 패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가능한 한 많은 매장부터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에 들어가면서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화장품과 명품 시장에서는 유통망이 단순한 판매 장소가 아닙니다. 어디에서 판매되느냐가 곧 브랜드 가치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미국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에서 시작했던 전략을 해외시장에서도 이어간 셈입니다.

오늘날 온라인 쇼핑이 중심이 된 시대에도 이 원칙은 유효합니다. 브랜드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가격으로 판매되고, 할인은 얼마나 자주 하며, 상품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고급 브랜드로 볼지 저가 브랜드로 볼지에 영향을 줍니다.

판매 채널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통로가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한 브랜드가 아니라 여러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소비자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성용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에서 출발했지만 1963년에는 남성 향수와 그루밍 시장을 겨냥한 Aramis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회사는 Clinique, Prescriptives, Lab Series, Origins 등 서로 다른 소비자와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이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Estée Lauder 브랜드의 정체성을 무리하게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모든 가격대와 모든 연령층, 모든 스타일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는 새로운 시장이 생길 때 기존 브랜드를 억지로 확장하기보다 별도의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이후 후대 경영진 역시 이 전략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회사는 1990년대 MAC, Bobbi Brown, La Mer, Aveda, Jo Malone London 등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잇달아 확보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보다 여러 강한 브랜드를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서는 에스티 로더 개인의 성과와 이후 회사의 성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인수와 글로벌 확장을 창업자 한 명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들 레너드 로더와 로널드 로더를 비롯한 후대 가족 경영진과 전문 경영인들이 회사의 글로벌 확장과 브랜드 인수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한 브랜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서로 다른 소비자를 겨냥한 여러 브랜드를 키운다는 기본적인 방향은 창업 초기부터 회사의 중요한 성장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족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에스티 로더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고, 이후 두 아들도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장남 레너드 로더는 1958년 공식적으로 회사에 합류했고, 로널드 로더는 1964년 들어왔습니다. 이후 세대를 거쳐 로더 가문 구성원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가족기업의 성격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가족경영이라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장기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판매 감각을 개인의 능력으로 남겨두지 않고 교육과 시스템으로 전달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매장 직원의 판매법을 교육하고, 제품 진열 기준을 만들고, 고객에게 직접 사용법을 알려주는 방식을 조직 전체에 확산시켰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에스티 로더 한 사람이 직접 고객을 만나도 충분했지만 회사가 수백 개, 수천 개 매장으로 늘어나면 창업자가 모든 고객을 만날 수 없습니다. 결국 창업자의 방법을 다른 직원도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사업과 큰 기업을 가르는 차이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표가 잘 파는 회사와 누구라도 일정한 방식으로 잘 팔 수 있는 회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에스티 로더는 자신의 판매 감각을 브랜드의 서비스 방식으로 만들었고, 후대 경영진은 그 시스템을 훨씬 큰 조직으로 확대했습니다.

제품 하나보다 고객을 오래 붙잡는 구조가 중요했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사업을 자세히 보면 단발성 판매보다 반복 구매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강합니다.

스킨케어 제품은 한번 사용하고 끝나는 상품이 아닙니다. 마음에 들면 다시 구매해야 하고, 기존 제품을 사용하면서 다른 제품을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크림을 구입한 고객에게 세럼을 소개하고, 스킨케어 고객에게 메이크업과 향수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무료 샘플 전략 역시 이런 구조와 잘 맞습니다. 이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다른 제품의 샘플을 제공하면 새로운 카테고리를 경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면 다음 방문에서 정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즉 샘플은 단순한 공짜 선물이 아니라 다음 구매를 위한 체험 상품이었습니다.

오늘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신규 고객을 한 번 데려오기 위해 광고비를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이 두 번째, 세 번째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사례를 보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품 포트폴리오와 샘플을 이용해 고객의 구매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 활용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뒤에도 핵심은 ‘고객을 직접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는 이후 창업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25년 6월 말 기준 회사는 전 세계 약 150개 국가와 지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스킨케어·메이크업·향수·헤어케어를 아우르는 글로벌 프레스티지 뷰티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직원 수도 약 5만7,000명에 이릅니다.

1946년 불과 몇 가지 화장품으로 시작한 회사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러나 성장 과정을 거꾸로 살펴보면 회사의 초기 경쟁력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고객을 만나고, 직접 제품을 발라주고, 반응을 관찰하고, 다시 제품을 고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기업에서는 이것을 소비자 조사, 고객 데이터 분석, CRM, 제품 테스트 등 여러 전문적인 용어로 부릅니다. 에스티 로더는 훨씬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매장에서 직접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같은 일을 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스티 로더를 단순히 뛰어난 화장품 개발자로 설명하기보다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을 바꾸는 데 탁월했던 사업가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에스티 로더가 만든 가장 강력한 제품은 ‘판매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에스티 로더의 역사에는 유명한 제품이 많습니다. Youth-Dew를 비롯해 이후 등장한 여러 스킨케어와 향수 제품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특정 크림이나 향수가 아닙니다. 판매 방식 자체입니다.

제품을 광고로만 설명하지 않고 직접 발라줬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는 무료 샘플을 제공했으며, 판매직원을 단순 계산원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뷰티 어드바이저로 활용했습니다. 아무 매장에나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고급 백화점을 골라 브랜드의 위치를 만들었으며, Youth-Dew에서는 고객이 구매를 망설이는 문화적인 이유까지 찾아 상품의 형태를 바꿨습니다.

각각을 떼어놓으면 아주 작은 전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전략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소비자가 에스티 로더를 만나는 모든 과정이 브랜드 경험이 됐습니다.

화장품 회사가 화장품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품을 발견하고, 체험하고, 구매하고, 다시 구매하는 전체 과정을 설계한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작은 가족기업을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참고할 만한 에스티 로더의 방식

에스티 로더의 사업은 1940~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의 온라인 판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소비자가 그 좋은 점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판매자가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해도 소비자가 직접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화장품에서는 샘플이 그 역할을 했다면 온라인 판매에서는 체험단이나 상세한 사용 사례, 전후 비교가 가능한 정보, 실제 고객 후기 등이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판매 채널입니다. 상품을 더 많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이 항상 브랜드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에스티 로더는 초기에 고급 백화점을 선택하면서 어디에서 판매하느냐를 브랜드 전략으로 활용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지나친 가격 경쟁과 상시 할인은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는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길게 보는 방식입니다. 샘플을 통해 다른 제품을 경험하게 하고 제품군을 확장했던 전략은 오늘날의 교차판매와 재구매 마케팅과도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직접 관찰하는 습관입니다. 에스티 로더는 창업자가 직접 매장에 나가 고객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규모가 작은 온라인 사업자라면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대기업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상품 문의와 리뷰, 반품 이유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데이터를 단순한 고객 응대로 끝내지 않고 다음 상품 선정과 상세페이지 개선에 활용한다면 판매 과정 자체가 시장조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에스티 로더의 성공을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그녀는 화학자인 삼촌에게 배운 몇 가지 크림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품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용실에서 고객의 피부에 직접 크림을 발라주며 반응을 확인했고, 고급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브랜드의 위치를 만들었으며, 무료 샘플을 이용해 고객 스스로 품질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1953년 Youth-Dew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여성들이 향수를 직접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단순한 제품 문제가 아니라 소비문화의 문제로 바라봤고, 목욕 오일과 향수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을 통해 자신의 돈으로 향을 구매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의 성공은 회사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후 회사는 1960년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고, 여러 소비자층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후대 경영진은 그 방식을 이어받아 MAC, Bobbi Brown, La Mer, Aveda, Jo Malone London 등 다양한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서 오늘날 약 150개 국가와 지역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제가 에스티 로더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제품보다 고객의 행동을 먼저 이해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가 왜 구매하지 않는지 생각했고, 직접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샘플을 줬습니다. 향수를 스스로 사기 부담스러워한다면 일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목욕 오일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작은 브랜드라 믿지 못한다면 최고급 백화점에서 만나도록 했고, 제품이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면 매장 직원이 직접 상담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에스티 로더가 해결한 것은 화장품 제조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발견하고, 믿고, 체험하고,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도록 만드는 과정 전체를 하나씩 설계했습니다.

오늘날 무료 샘플과 뷰티 상담, 구매 사은품이 너무 흔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판매 방식 가운데 일부가 한 창업자의 집요한 고객 관찰과 실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에스티 로더의 성장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는 처음부터 세계적인 규모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발라주고 그 반응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에스티 로더가 남긴 가장 중요한 사업 원칙도 거기에 있는지 모릅니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화려한 광고와 숫자에 집중하기 쉽지만, 결국 사업의 출발점은 고객 한 사람이 왜 이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 자료

  • The Estée Lauder Companies, Our Founder
  • The Estée Lauder Companies, Our Heritage
  • The Estée Lauder Companies, The Lauder Family
  • The Estée Lauder Companies, About Us
  • Smithsonian 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 Five Women to Know for American Business Women’s Day
  • The Estée Lauder Companies 연차보고서 및 공식 기업 자료

※ 이 글은 The Estée Lauder Companies의 공식 연혁과 창업자 자료, 스미스소니언 자료를 바탕으로 에스티 로더의 창업과 브랜드 성장 과정을 분석한 글입니다. 1946년 이후 후대 경영진이 진행한 글로벌 확장과 브랜드 인수는 에스티 로더 개인의 성과와 구분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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