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로고를 패션으로 바꾼 김창수, F&F는 어떻게 아시아 브랜드 기업이 되었나
김창수 F&F 회장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명한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국내에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가운데 무엇을 패션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찾아냈다는 점입니다.
특히 MLB는 좋은 사례입니다. 메이저리그베이스볼은 원래 미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스포츠 IP이지만, F&F가 한국에서 만든 MLB 패션을 떠올리면 야구 유니폼보다 볼캡과 스트리트 패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F&F는 미국 스포츠의 상징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아시아 소비자가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패션으로 다시 해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창수 회장의 강점도 드러납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브랜드를 무조건 먼저 가져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브랜드 안에서 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새로운 소비시장과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F&F의 성장을 보면 브랜드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유명한 이름을 확보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지금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이미지로 어떻게 다시 만들어내느냐라는 생각이 듭니다.
F&F의 시작은 MLB가 아니라 베네통과 시슬리였습니다
김창수 회장의 패션 사업 경험은 MLB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F&F 공식 연혁에 따르면 회사는 1992년 베네통과 시슬리 등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했고, 1996년에는 레노마스포츠와 엘르스포츠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1997년 MLB를 론칭하면서 지금의 F&F를 상징하는 브랜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연혁을 보면 MLB의 성공을 우연히 발견한 하나의 브랜드에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창수 회장은 이미 여러 해외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전개하면서 소비자가 브랜드에 어떤 이미지를 기대하는지, 해외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가져왔을 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패션 산업에서 브랜드는 단순히 옷에 붙어 있는 이름이 아닙니다. 소비자는 소재와 기능만 보고 옷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해당 브랜드가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지, 그 옷을 입었을 때 자신이 어떻게 보일 것인지까지 함께 구매합니다.
김창수 회장이 오랜 기간 라이선스 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경쟁력도 이 부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단순한 상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공간, 소비자 이미지가 결합된 하나의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F&F 역시 김창수 회장이 1992년 베네통 한국 사업을 전개하며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여러 해외 브랜드를 한국과 아시아 소비자에게 맞춰 운영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1997년 MLB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다
1997년 F&F는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MLB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였습니다. 당시 MLB라는 이름은 지금처럼 국내 소비자에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로 각인돼 있지 않았습니다.
매일경제가 김창수 회장의 사업 과정을 다룬 기사에 따르면 당시 MLB는 야구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기념품 성격이 강했습니다. 김창수 회장은 이 스포츠 IP를 국내에서 모자와 의류 등 일상적인 패션 상품으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F&F의 사업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판매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상징을 분리해낸 뒤 그 상징이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다시 상품화한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뉴욕 양키스의 NY, LA 다저스의 LA처럼 시각적으로 강한 구단 로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정 야구팀을 상징하지만 패션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와 문화, 스트리트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이기도 합니다.
F&F는 이 로고를 실제 야구경기를 관람할 때만 착용하는 상품에 가두지 않았습니다. 모자와 의류, 신발, 가방 등으로 상품을 넓히면서 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MLB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이 변화가 중요합니다.
야구를 좋아해야 살 수 있는 상품에서, 야구를 잘 몰라도 멋있어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소비 이유를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라이선스 사업의 핵심은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라이선스 브랜드라는 말을 들으면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빌려 상품에 붙이는 사업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F&F의 사례를 보면 실제 경쟁력은 라이선스를 확보한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로고를 사용할 수 있어도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가격에 판매하며, 어떤 매장을 구성하고, 누구에게 입히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F&F는 MLB의 스포츠 헤리티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국과 아시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F&F는 현재 MLB를 메이저리그의 스포츠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패션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IP의 인지도와 상품 기획 능력을 서로 다른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MLB라는 이름과 구단 로고의 인지도는 F&F가 처음부터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IP를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디자인과 상품, 매장 경험으로 보여줄 것인지는 F&F의 영역입니다.
결국 유명한 IP가 성공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IP에 새로운 소비 이유를 만들어낸 능력이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상품을 여러 판매자가 판매하는 시장에서는 제품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해야 할 새로운 기준이나 이야기, 사용 장면을 제시할 수 있어야 브랜드가 만들어집니다.
MLB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던 이유, 디스커버리가 있었습니다
F&F의 브랜드 운영 능력을 MLB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입니다.
F&F는 2012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론칭했습니다. 미국의 자연·탐험 콘텐츠로 알려진 디스커버리 IP를 한국에서는 패션 브랜드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회사 연혁을 보면 2010년 MLB 키즈를 선보인 데 이어 2012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2014년에는 디스커버리 키즈까지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F&F가 같은 방법을 다른 IP에서도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야구 리그였던 MLB에서는 스포츠 헤리티지와 로고를 패션으로 발전시켰고, 자연·탐험 콘텐츠인 디스커버리에서는 아웃도어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가치를 끌어냈습니다.
김창수 회장은 디스커버리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기존 아웃도어 시장이 자연을 정복하는 이미지에 집중했다면, 디스커버리는 자연과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도 F&F 특유의 방식이 반복됩니다.
IP가 원래 무엇을 판매했는지가 아니라 그 IP가 가진 이미지 가운데 어떤 부분을 패션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 것입니다.
따라서 김창수 회장의 경쟁력을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먼저 발견하는 안목’이라고만 설명하면 부족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브랜드가 원래 존재하던 시장과 다른 시장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F&F의 다음 승부수는 패션에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 감각만으로 F&F의 성장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회사는 패션 산업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와 트렌드 예측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했습니다.
패션 비즈니스는 어떤 상품이 유행할지 미리 예측해 생산해야 하는 산업입니다. 예측보다 많이 만들면 재고가 되고, 지나치게 적게 만들면 잘 팔리는 상품이 있어도 추가 판매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상품 기획과 생산, 마케팅 사이의 속도도 중요합니다.
F&F는 2017년부터 비즈니스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이를 전담하는 디지털본부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회사의 디지털 조직은 상품과 판매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각 사업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브랜드 사업과도 연결됩니다.
상품별 판매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면 어떤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반응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재고 상황에 따라 생산과 유통 계획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콘텐츠가 반응을 얻는지를 분석하면 마케팅 역시 더 빠르게 바꿀 수 있습니다.
패션기업의 경쟁력이 디자이너의 감각이나 MD의 경험에만 의존했던 구조에서 감각과 데이터를 함께 사용하는 구조로 이동한 것입니다.
F&F가 2019년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기 직전에 디지털 전환을 강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보다 소비자 반응을 직접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와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중국 진출은 매장부터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F&F의 성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중국 시장입니다.
하지만 중국 진출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아니었습니다. F&F 공식 자료에 따르면 MLB는 2019년 알리바바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티몰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갔습니다.
이 순서가 의미 있습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지만 그만큼 매장을 잘못 늘렸을 때 발생하는 비용도 큽니다. 온라인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 상대적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시장을 시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진출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많은 패션기업이 오프라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F&F는 이 시기에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고, 현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회사는 2017년부터 구축해온 디지털 전환 체계가 팬데믹 기간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 역시 빠르게 늘었습니다. F&F 자료에 따르면 중국 MLB 매장은 2020년 77개에서 2021년 427개, 2022년 877개, 2023년에는 1,100개까지 확대됐습니다.
단순히 “중국에서 K패션이 유행했기 때문에 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F&F는 국내에서 성공한 상품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가기 전에 온라인과 SNS를 통해 브랜드를 노출했고, 반응이 확인된 이후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프라인 접점을 빠르게 늘렸습니다.
MLB가 중국에서 통했던 또 하나의 이유
MLB의 중국 성공을 보면 흥미로운 역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F&F는 한국 기업이지만 MLB의 브랜드 출발점은 미국 프로야구입니다. 따라서 중국 소비자가 제품을 접할 때 반드시 ‘한국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로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국경제는 중국 내에서 MLB가 한국 브랜드라기보다 미국 브랜드로 인식되는 측면이 중국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상품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결합됐습니다.
즉 MLB의 중국 사업에는 미국 스포츠 IP, 한국 패션기업의 디자인과 상품 기획, 중국 현지 유통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존재합니다.
김창수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동서양의 결합’이라는 관점도 이런 사업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세계화를 단순히 서양의 것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동서양의 강점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MLB의 성공은 미국 브랜드를 중국에 판매한 단순한 수입 사업이 아닙니다. 서구의 강력한 IP에 한국식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더해 아시아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패션 브랜드로 다시 만든 사업에 가깝습니다.
중국에서 1,000개를 넘어선 매장이 의미하는 것
중국 시장에서 MLB의 외형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2023년 말 중국 본토의 매장 수는 약 1,100개까지 늘었고, 이후 F&F가 공개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MLB 매장은 1,155개였습니다.
같은 시점 한국에는 557개, 동남아시아 7개국에는 82개의 매장이 운영됐습니다.
단순히 매장 수만 많아진 것도 아닙니다. 매경이 보도한 회사 자료를 기준으로 MLB의 해외 소비자 판매액은 2022년 1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F&F의 회계상 매출액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 해외 매장에서 발생한 소비자 판매액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F&F는 중국을 넘어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으로 MLB 사업 지역을 넓혔으며, 중동과 인도 등 새로운 시장으로도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가 원래 IP의 본고장인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는 점이 F&F 사례의 독특한 부분입니다.
F&F가 강했던 것은 ‘브랜드를 하나의 상품에 가두지 않은 것’입니다
MLB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볼캡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대표 상품만 잘 팔려서는 큰 패션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F&F는 MLB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의류와 신발, 가방, 키즈 등으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습니다. 2010년에는 MLB KIDS를 별도로 론칭했고,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인과 키즈 라인을 함께 전개했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잘 팔리는 상품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여러 생활 장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넓히는 것입니다.
볼캡을 통해 MLB를 처음 경험한 소비자가 의류를 사고, 이후 신발이나 가방을 구매한다면 고객 한 명이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브랜드가 강해질수록 상품이 브랜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F&F가 단순 의류 제조기업보다 브랜드 운영기업이라는 표현에 더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라이선스 브랜드에는 분명한 약점도 있습니다
다만 F&F의 성장 과정을 성공 사례로만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MLB와 디스커버리는 F&F가 처음부터 소유한 IP가 아니라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전개한 브랜드입니다. 라이선스 사업은 이미 인지도가 있는 IP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약 조건과 권리 범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MLB와 디스커버리 같은 라이선스 브랜드가 F&F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사업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F&F가 이후 라이선스 사업만 고집하지 않고 직접 브랜드 자산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는 2018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듀베티카(DUVETICA)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의 글로벌 본사를 인수했습니다. 또한 수프라(SUPRA) 상표권을 확보해 브랜드를 새롭게 전개했습니다.
이 변화는 F&F가 라이선스를 잘 운영하는 회사에서 브랜드 자체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키우는 회사로 사업 모델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MLB를 통해 축적한 상품기획과 중국 유통망,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다른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다면 하나의 성공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습니다.
MLB 성공 방식은 디스커버리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F&F의 글로벌 전략은 현재도 MLB에서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4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아시아 시장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같은 해 11월 중국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후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 김창수 회장이 만들고자 한 것은 하나의 히트 브랜드라기보다 좋은 IP를 찾아내고, 패션으로 재해석하고, 국내에서 검증한 뒤 디지털과 현지 유통망을 통해 해외로 확장하는 시스템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MLB가 첫 번째 대형 성공 사례였다면, 디스커버리와 듀베티카, 세르지오 타키니 등은 이 모델이 다른 브랜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음 단계인 셈입니다.
결국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특정 상품이 잘 팔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잘 팔리는 상품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과 조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F&F의 사례를 볼 때도 MLB의 매출 규모보다 이런 반복 가능한 브랜드 운영 방식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성장만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F&F의 숫자도 한 방향으로만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F&F의 연결 매출은 2023년 약 1조9,785억원이었고, 2024년에는 약 1조8,960억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이후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매출은 약 1조9,339억원으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는 F&F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패션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패션 사업의 성장이 언제나 직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줍니다. 국내 소비 둔화와 면세시장 변화, 중국 소비경기, 브랜드의 성숙도처럼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F&F의 사례를 “중국 시장에 진출해 계속 고속 성장했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것보다, 강력한 브랜드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이후에도 새로운 브랜드와 시장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패션기업의 구조적인 과제까지 함께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김창수의 브랜드 전략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
김창수 회장의 사업을 살펴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남들이 모르는 브랜드를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브랜드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사용법을 발견했다는 점이 더 흥미롭습니다.
MLB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리그였습니다. 디스커버리 역시 유명한 글로벌 미디어 IP였습니다. 이름 자체를 발견한 사람은 김창수 회장이 아닙니다.
그가 한 일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브랜드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입는 패션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MLB를 야구장에서 꺼내 거리로 가져왔고, 디스커버리의 탐험 이미지를 전문 등산가의 영역에서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가져왔습니다.
사업에서 기회를 발견한다는 것이 반드시 아무도 모르는 것을 먼저 찾아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에서도 다른 쓰임새를 발견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참고할 만한 F&F의 방식
F&F의 사례는 규모가 큰 패션기업 이야기이지만 온라인 판매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품보다 고객이 그 상품을 사는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MLB 모자가 성공한 이유를 단순히 로고가 예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비자에게 스포츠와 스트리트 패션, 도시 이미지,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이라는 여러 의미가 함께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인기 상품이 생겼을 때 곧바로 무관한 상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인접 카테고리로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가 먼저 형성되고 상품군이 그 뒤를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데이터입니다. 패션처럼 감각이 중요한 산업에서도 F&F는 2017년부터 디지털 전환에 투자했고, 상품과 유통, 마케팅의 의사결정에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좋은 감각과 빠른 실행을 데이터가 뒷받침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결국 비슷합니다. 판매자의 감으로 상품을 고르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실제 검색량과 클릭률, 전환율, 재구매율, 반품률 같은 데이터와 연결될 때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더욱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김창수 회장과 F&F의 성장 과정을 단순히 ‘유명 해외 브랜드를 잘 들여와 성공한 패션기업’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F&F는 1990년대부터 해외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에게 맞게 운영하면서 브랜드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을 축적했고, 1997년 MLB를 만나면서 그 역량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상징이던 MLB를 스포츠 팬을 위한 기념품에서 일상적인 스트리트·라이프스타일 패션으로 확장했고, 이후 디스커버리에서도 비슷한 브랜드 재해석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2017년부터 추진한 디지털 전환과 2019년 이후의 해외 확장이 결합되면서 F&F의 성장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온라인과 SNS를 통해 먼저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MLB를 아시아 시장으로 넓혔습니다.
현재 F&F는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약 1조9,3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패션기업으로 성장했으며, MLB뿐 아니라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듀베티카, 수프라, 세르지오 타키니 등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김창수 회장이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브랜드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MLB의 NY와 LA 로고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디스커버리라는 이름도 이미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시아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패션으로 다시 해석하고, 상품과 매장, 디지털 마케팅, 해외 유통까지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입니다.
결국 F&F의 성장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라이선스 사업의 성공’보다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시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의 축적’에 가까워 보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발견하는 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견한 가능성을 소비자가 실제로 사고 싶어 하는 상품과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실행력입니다. 김창수 회장과 F&F의 성장 과정은 그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 F&F 공식 홈페이지 및 주요 연혁
- F&F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F&F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F&F 2025년 사업보고서
- 매일경제, 「MLB·디스커버리…‘라이선스 패션’ 붐 뒤엔 그가 있다」
- 매경ECONOMY, 「김창수 F&F 회장 | MLB·디스커버리…‘K패션 세계화’ 리더」
- 한국경제, 「中 애국소비 뚫고 ‘MLB 모자’ 1兆 팔았다」
- 한국경제, 김창수 F&F 회장 및 중국 MLB 사업 관련 인터뷰·분석 기사
※ 이 글은 F&F의 공식 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김창수 회장 관련 공개 인터뷰 및 언론 보도를 교차 확인해 브랜드 성장 과정을 분석한 글입니다. 회사가 발표한 매장 수와 해외 소비자 판매액 등은 발표 당시의 기준이며, 소비자 판매액과 F&F의 회계상 매출액은 서로 다른 지표로 구분해 작성했습니다.
celeb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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