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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지의 불편에서 시작된 스팽스 — 사라 블레이클리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든 방법

celebpilot 읽는 시간 약 28분

사라 블레이클리의 창업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거대한 시장조사나 전문적인 패션 경력에서 스팽스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출발점은 훨씬 평범했습니다. 영업직으로 일하던 한 여성이 흰 바지를 입으면서 기존 속옷과 스타킹에서 느꼈던 불편을 해결하려고 스타킹의 발 부분을 직접 잘라본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보정웨어가 하나의 독립적인 패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지만, 1990년대 후반 사라 블레이클리가 원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팬티스타킹의 허리와 복부 보정 기능은 마음에 들었지만 발 부분 때문에 오픈토 슈즈를 신기 어려웠고, 속옷 자국이 옷 밖으로 드러나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라면 다른 옷을 입거나 불편을 참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블레이클리는 달랐습니다. 자신이 반복해서 겪는 불편이라면 다른 여성들도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팽스의 공식 회사 소개에 따르면 아이디어가 시작된 것은 1998년입니다. 파티에 입고 갈 흰색 바지 아래에서 매끄러운 실루엣을 만들고 싶었던 블레이클리는 컨트롤톱 팬티스타킹의 발 부분을 가위로 잘랐습니다. 이후 약 2년에 걸쳐 제품을 수정하고 시제품을 만들었고, 2000년 SPANX를 공식적으로 출시했습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특히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불편함을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스타킹을 잘라 신어본 여성은 블레이클리 이전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을 임시방편으로 끝내지 않고 “왜 이런 제품은 시장에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뒤에는 뜻밖에도 7년 동안 쌓은 영업 경험이 있었습니다.

패션 경험보다 먼저 쌓은 것은 ‘거절당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라 블레이클리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고 의류업체에서 상품기획자로 일한 경험도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법조인을 꿈꿨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이후 여러 일을 거쳐 사무기기 회사에서 팩스 기계를 판매했습니다.

일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기업과 사무실을 직접 찾아다니며 팩스 기계를 판매하는 방문 영업이었고,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을 두드린 뒤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이 일을 약 7년 동안 했습니다. 훗날 그는 패션이나 소매 경험은 없었지만 영업만큼은 자신이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경력은 얼핏 보면 스팽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창업 과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가장 실질적인 훈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든 창업자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상대는 고객만이 아닙니다.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도 설득해야 하고, 백화점 바이어도 만나야 하며,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를 판매할 직원에게도 상품의 가치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거절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이미 팩스 영업을 하면서 낯선 사람에게 접근하고, 거절을 받아들이고, 다시 전화하고, 짧은 시간 안에 상대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스팽스의 성공을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한 행운’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 그것을 세상에 밀어붙일 수 있는 영업 능력이 이미 준비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흰 바지 한 벌에서 상품 아이디어를 발견했습니다

스팽스의 아이디어는 아주 구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몸에 붙는 흰색 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기존 속옷을 입으면 선이 드러났고, 컨트롤톱 팬티스타킹을 신으면 보정 효과는 얻을 수 있어도 발 부분 때문에 샌들이나 오픈토 슈즈와 함께 신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팬티스타킹의 발 부분을 잘라봤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잘린 스타킹 끝부분이 말려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지만 몸의 실루엣이 매끄럽게 보인다는 점에서는 원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레이클리가 여기서 발견한 것은 단순히 ‘발 없는 스타킹’이 아니었습니다.

여성들이 겉옷을 더 자신 있게 입을 수 있도록 옷 아래에서 실루엣을 정돈해주는 제품에 대한 수요였습니다.

이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말하는 상품을 그대로 만드는 것과 소비자가 겪는 문제를 찾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당시 소비자가 매장에 가서 “새로운 형태의 보정웨어를 만들어주세요”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옷을 입을 때 속옷 자국이나 체형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은 많았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제품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불편에서 시장을 발견했습니다.

5천 달러를 들고 제조공장을 찾아다녔습니다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블레이클리는 당시 모아둔 약 5천 달러를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외부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패션업계 네트워크도 없었습니다. 낮에는 계속 팩스 기계를 판매하면서 밤과 주말을 이용해 스팽스 제품을 준비했습니다.

제품을 생산해줄 업체를 찾기 위해 미국 양말·스타킹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공장들에 연락하기 시작했지만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패션 경험도 없고 자본도 많지 않은 낯선 여성이 새로운 형태의 팬티스타킹을 만들겠다고 찾아오니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쉽게 가능성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블레이클리는 여러 달 동안 제조업체를 찾아다니며 거절당했고, 결국 한 공장 운영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사업자가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자신의 딸들과 제품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블레이클리는 회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이 과정에서도 곧바로 외부 전문가에게 모든 일을 맡길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특허와 상표에 대해서도 직접 공부했습니다. 블랙스톤이 2021년 스팽스 투자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블레이클리는 사업 초기 직접 특허 출원 작업에 상당 부분 참여했으며, 미국 특허청 관련 자료에도 당시 조지아주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여성 특허변호사를 찾지 못했던 사례가 소개돼 있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는 창업에서 돈보다 부족하기 쉬운 것이 모르는 영역을 스스로 배우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블레이클리는 패션 전문가도 아니었고 제조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상품이 실제로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공장, 소재, 특허, 패키지와 유통을 하나씩 배웠습니다.

스팽스라는 이름도 평범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품만큼 브랜드 이름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소비자가 한 번 들었을 때 기억할 수 있고 재미있으며, 발음했을 때 철자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을 원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SPANX였습니다.

포브스가 블레이클리의 동생 포드 블레이클리를 인터뷰한 자료에 따르면, 광고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 이름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선택은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는 그 상품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릅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름보다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입소문에 훨씬 유리합니다.

이후 스팽스가 보정웨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이름의 힘은 더욱 커졌습니다. 블랙스톤 역시 2022년 투자 사례를 설명하면서 스팽스를 특정 제품을 넘어 해당 카테고리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했습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소비자가 그 제품을 쉽게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블레이클리는 작은 자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름과 패키지 자체가 광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일찍 이해했습니다.

백화점 바이어를 설득한 것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었습니다

제품 생산에 성공한 뒤에는 더 어려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팔 것인가였습니다.

당시 무명 브랜드였던 스팽스가 미국의 대형 백화점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이전 방문영업 경험을 그대로 활용해 백화점 바이어에게 직접 연락했습니다.

애틀랜타의 니먼 마커스에 연락했다가 구매 담당 부서가 댈러스에 있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 구매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계속 연락했습니다. 마침내 10분의 미팅 기회를 얻자 블레이클리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로 갔습니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블레이클리는 갑자기 바이어에게 함께 화장실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흰색 바지를 이용해 스팽스를 착용하기 전과 후의 모습을 직접 보여줬습니다.

설명보다 눈앞에서 보이는 변화가 훨씬 강력했습니다.

니먼 마커스 바이어는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했고 스팽스는 처음으로 7개 매장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스팽스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가장 주목하는 장면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블레이클리는 제품의 기능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를 눈앞에서 보여줬습니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궁금한 것은 판매자가 얼마나 자신 있게 상품을 설명하느냐보다 실제로 사용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입니다.

그래서 제품에 따라서는 긴 설명보다 사용 전후 비교, 실제 착용 장면이나 사용 과정이 더 강력한 설득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스팽스는 제품 특성상 그 차이가 거울 앞에서 바로 보였습니다. 블레이클리는 그 장점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판매에 이용했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뒤부터가 진짜 영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많은 창업자라면 니먼 마커스 입점이 결정된 순간 큰일을 끝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블레이클리는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제품이 백화점 안에 들어가는 것과 실제 소비자가 발견해서 구매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새 브랜드가 스타킹 코너 한쪽에 놓여 있기만 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존재조차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매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자신의 회고에서 약 2년 동안 전국의 스팽스 판매 매장을 찾아다니며 판매 직원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고객 앞에서 직접 시연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침에는 백화점 직원들을 모아 제품을 설명했고, 영업시간에는 매장에 서서 직접 판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스팽스는 스타킹 코너에 배치돼 있었지만 실제 잠재 고객은 그 코너를 찾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몸에 붙는 드레스나 고급 의류를 구입하는 고객이 오히려 스팽스를 필요로 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백화점 직원에게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게 했고, 다른 의류 매장의 판매 직원들도 스팽스가 옷의 실루엣을 더 좋아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정식으로 고용한 직원이 아니었지만 백화점 곳곳의 판매사원들이 사실상 스팽스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사업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판매 채널에 제품을 넣는 것만으로 유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채널 안에서 누가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블레이클리는 초기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직접 매장을 돌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현장의 판매 직원들을 가장 강력한 추천자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영업직 경험이 가장 강력한 창업 자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블레이클리가 팩스 영업을 하면서 얻은 능력은 제품을 만든 뒤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답을 주지 않으면 다시 전화했습니다. 거절을 개인적인 실패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음 상대에게 넘어가는 것에도 익숙했습니다.

니먼 마커스뿐 아니라 Saks Fifth Avenue, Bloomingdale’s, Bergdorf Goodman, Nordstrom과 같은 유통업체에도 직접 연락했고, QVC에도 스스로 접근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백화점 입점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판매 현장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창업자의 이전 경력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팩스 기계와 여성 보정웨어는 전혀 다른 상품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말을 듣는 법,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장점을 전달하는 법, 거절 이후 다시 시도하는 법은 상품이 달라져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블레이클리가 이전 직장에서 판매했던 것은 팩스 기계였지만, 실제로 쌓고 있던 것은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었던 셈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선택은 스팽스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바꿨습니다

스팽스의 초기 성장에서 빼놓기 어려운 사건이 2000년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입니다.

스팽스가 막 시장에 등장했던 당시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 소비시장에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블랙스톤이 2021년 공개한 자료에서도 오프라가 스팽스를 자신의 대표적인 ‘Favorite Things’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 것이 초기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블레이클리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공을 단순한 유명인의 행운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과정이 빠집니다.

블레이클리는 제품을 만든 뒤 유명인이 알아봐주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렸고, 백화점과 소비자를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오프라의 소개는 이미 제품과 유통망이 준비돼 있던 상황에서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명인이 소개했다면 순간적인 관심만 받고 끝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품력과 유통이 준비된 뒤 강력한 입소문이 붙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달라진 것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인플루언서 마케팅과도 비슷합니다. 유명한 사람이 제품을 한 번 소개한다고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이 생겼을 때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사용해본 뒤 만족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정도의 제품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스팽스는 이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외부 투자 없이 성장했다는 사실도 스팽스의 독특한 부분입니다

스팽스의 성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자금 조달 방식입니다.

블레이클리는 개인 저축 5천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고 오랜 기간 외부 투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포브스는 2012년 당시 스팽스가 약 2억5천만 달러 규모의 연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블레이클리가 회사 지분을 전부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투자 유치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스팽스의 방식은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공장을 직접 세우지 않았고 기존 제조업체와 협업했습니다. 대규모 광고비를 사용하는 대신 블레이클리가 직접 판매했고, 제품에서 발생한 매출을 다시 사업에 활용했습니다.

이를 흔히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이라고 부릅니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으면 성장 속도가 제한될 수도 있지만 창업자가 경영 방향과 지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사업 초기에 자본이 부족한 대신 자신의 시간과 영업 능력을 투입했습니다. 누군가는 광고비를 지출해야 할 일을 직접 매장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대규모 조직이 담당할 일을 작은 팀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스팽스의 초기 성공은 큰 자본 없이도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례이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돈 대신 창업자의 시간과 실행력을 극단적으로 투입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보정웨어 한 제품에서 여성 의류 브랜드로 넓어졌습니다

스팽스는 처음에는 발 부분이 없는 보정용 팬티스타킹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제품이 성공했다고 해서 계속 같은 상품만 판매한다면 시장 규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팽스는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을 단순히 ‘보정 팬티스타킹’에 두지 않고 여성이 옷을 입었을 때 더 편안하고 자신감을 느끼도록 돕는 핏과 기능으로 확대했습니다.

현재 스팽스는 보정웨어뿐 아니라 레깅스, 데님, 팬츠, 속옷 등 다양한 의류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00년 현대적인 보정웨어 시장을 개척한 이후 압박 설계와 핏, 소재 기술에서 축적한 경험을 다른 의류 영역에 적용해왔다고 설명합니다.

이 확장 방식은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인기 상품과 브랜드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인기 상품 하나에만 의존하면 그 상품의 유행이 끝날 때 사업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이 브랜드에서 기대하는 핵심 가치를 찾아 다른 상품으로 확장하면 회사의 시장 자체를 넓힐 수 있습니다.

스팽스에서 고객이 원한 것은 반드시 스타킹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옷맵시를 더 매끄럽게 만들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해결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스팽스는 그 문제를 중심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2021년 12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약 21년 뒤 스팽스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2021년 글로벌 투자회사 블랙스톤은 스팽스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12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블레이클리는 상당한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기로 했습니다.

이는 회사를 완전히 매각하고 떠난 거래와는 다릅니다.

블레이클리는 일부 지분과 브랜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고, 블랙스톤은 스팽스의 전자상거래와 글로벌 진출,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 확대에 자본과 조직적인 역량을 더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팽스가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단순한 보정속옷 회사로만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블랙스톤은 투자 배경을 설명하면서 스팽스가 보정웨어를 넘어 레깅스와 팬츠 등 여러 의류 카테고리로 성공적으로 확장했고,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강한 전자상거래 성과를 갖춘 브랜드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2025년 창립 25주년을 맞은 스팽스 역시 자신을 단순한 shapewear 브랜드보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확장된 브랜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5천 달러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단순히 보정웨어 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여성 의류 브랜드로 발전한 것입니다.

사라 블레이클리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옷이 아니라 ‘말하지 않던 불편’이었습니다

제가 스팽스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혁신적인 섬유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블레이클리는 고객이 이미 가지고 있던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여성들은 몸에 붙는 바지를 입으면서 속옷 선이 보이는 것을 불편해했고, 보정 효과가 있는 스타킹을 신으면서도 발 부분 때문에 특정 신발을 신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하나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블레이클리는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때 흔히 “앞으로 어떤 산업이 뜰까?”부터 고민하지만 스팽스의 사례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매일 반복해서 겪지만 너무 사소해서 그냥 참고 있는 불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큰 시장은 거대한 문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조금씩 불편해하는 문제라면 각각의 불편은 작아도 시장 전체로는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스팽스는 바로 그런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성공을 만든 것은 아이디어보다 직접 판매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스팽스의 이야기는 흔히 ‘스타킹의 발을 잘라 억만장자가 된 여성’처럼 극적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을 보면 가위로 스타킹을 자른 순간보다 그 이후 2년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공장을 찾아야 했고, 특허와 상표를 공부해야 했으며, 제품의 이름과 패키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백화점 바이어는 만나주지 않았고 제조업체들은 제품 생산을 거절했습니다.

제품이 니먼 마커스에 들어간 뒤에도 블레이클리는 직접 전국의 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따라서 스팽스의 성공에서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것은 직접 팔 줄 아는 창업자였다는 점입니다.

좋은 상품이 있다고 해서 소비자가 알아서 발견해주지는 않습니다.

제품을 어디에 놓을지 결정하고, 누가 추천할지 만들고, 고객에게 효과를 보여주고, 판매 직원까지 설득해야 실제 매출이 만들어집니다.

블레이클리는 영업직 시절 익힌 능력을 창업 초기의 가장 강력한 자산으로 활용했습니다.

고객의 불편을 아는 사람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달랐습니다

스팽스가 기존 속옷기업과 달랐던 또 하나의 요소는 제품 아이디어가 실제 사용자의 불편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블레이클리는 패션업계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매일 그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와 같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무엇이 불편하고 어떤 옷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포브스 인터뷰에서도 그는 속옷 제조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업계가 주로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실제 여성 사용자의 편안함이나 경험을 더 세밀하게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지식이 없었다는 것이 항상 장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업계의 관행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소비자는 오히려 매우 단순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

스팽스도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 팬티스타킹은 원래 그런 제품이라고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보려고 했고, 제조업체의 기존 방식에도 계속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기업 가운데 의외로 기존 업계 출신이 아닌 창업자가 등장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불가능한지 잘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당연하게 유지되던 규칙을 다시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스팽스 사례에서 온라인 사업자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

사라 블레이클리의 사업은 미국 패션시장의 이야기이지만 온라인 판매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볼 부분은 상품을 찾기 전에 불편부터 찾았다는 점입니다. 많은 판매자가 이미 잘 팔리는 상품을 찾은 뒤 경쟁사와 비슷한 제품을 가져옵니다. 스팽스는 반대로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부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는 제품의 장점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니먼 마커스 바이어를 설득한 것도 긴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실제 착용 전후의 변화였습니다. 온라인 상세페이지에서도 기능이 중요한 제품이라면 화려한 표현보다 소비자가 사용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입점과 판매를 구분한 것입니다. 블레이클리는 니먼 마커스에 들어갔다고 사업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판매 직원에게 상품을 교육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위치를 고민했습니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상품을 쿠팡이나 네이버에 등록하는 것은 입점일 뿐입니다. 검색 결과에서 어떻게 발견될지, 썸네일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상세페이지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지까지 설계해야 실제 판매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은 고객 의견입니다.

블레이클리는 초기 2년 동안 매장을 직접 돌면서 여성들의 반응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다음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 사업자 역시 상품 문의와 리뷰, 반품 사유를 단순한 고객 응대로만 보면 아까운 정보가 됩니다. 반복되는 불만이 있다면 그것이 다음 상품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사라 블레이클리와 스팽스의 이야기를 “5천 달러로 시작해 억만장자가 된 여성 창업자의 성공담”으로만 바라보면 실제 사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스팽스의 출발점은 흰색 바지였습니다.

기존 속옷을 입으면 옷맵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팬티스타킹의 발 부분은 원하는 신발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위로 잘라봤습니다.

사업의 시작은 놀랄 만큼 단순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과정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패션 경험도 제조 경험도 없었던 블레이클리는 낮에는 팩스 기계를 팔면서 밤과 주말에 제품을 준비했습니다. 5천 달러의 저축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제조업체의 거절을 견디며 생산처를 찾고, 특허와 상표를 공부했습니다.

제품이 완성된 뒤에는 이전 직장에서 익힌 영업 능력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니먼 마커스 바이어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10분의 기회를 얻기 위해 비행기를 탔으며, 말로 설명하기 어렵자 화장실에서 직접 착용 전후를 보여줬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이후에도 전국 매장을 돌며 고객과 판매 직원을 직접 만났습니다.

2000년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는 스팽스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지만 이미 그 전까지 제품과 생산, 유통이라는 기반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후 스팽스는 보정웨어를 넘어 레깅스와 팬츠, 데님과 속옷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2021년에는 블랙스톤의 투자를 받으면서 1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블레이클리가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거대한 미래시장을 예측했다기보다 자신이 직접 겪고 있던 작은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업 아이디어는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순간, 고객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하는 부분,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불만,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참고 사용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상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사업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블레이클리는 제품이 없으면 직접 만들었고, 제조업체가 거절하면 다른 공장을 찾았으며, 바이어가 만나주지 않으면 계속 전화했습니다. 제품을 매장에 넣은 뒤에도 직접 판매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스팽스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보다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과 매출로 바꾸는 집요한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라 블레이클리는 패션산업 경력이 없었지만 소비자로서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전문적인 마케팅 조직은 없었지만 영업직에서 배운 판매 능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없었던 것은 배우고, 자신에게 있었던 능력은 끝까지 활용했습니다.

흰 바지 아래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 하나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SPANX 공식 홈페이지, About Us
  • SPANX, The SPANXeffect
  • SPANX 25th Anniversary 자료, 2025
  • Blackstone, 「Blackstone Buys Majority Stake in SPANX, Inc.」, 2021.10.20
  • Blackstone, 「SPANX, Inc. and Blackstone Close Majority Sale」, 2021.11.18
  • Blackstone, 「Behind the Deal: Blackstone’s Investment in SPANX」, 2022
  • Forbes, 사라 블레이클리·스팽스 창업 및 성장 관련 인터뷰
  • Inc., 「How Spanx Got Started」
  • Inc., 「How She Got Spanx on Oprah」
  • Inc., 「How Spanx Grew」
  • 미국 특허상표청(USPTO) 관련 자료

※ 이 글은 SPANX와 Blackstone의 공식 자료, 사라 블레이클리의 공개 인터뷰와 Forbes·Inc. 등의 보도를 토대로 스팽스의 창업과 성장 과정을 분석한 글입니다. 2021년 거래는 회사 전체의 완전 매각이 아니라 Blackstone의 지분 과반 투자였으며, 블레이클리는 상당한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구조였다는 점을 구분해 작성했습니다.

celeb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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